데이터마케팅 · 2026년 9월 18일
[기고문]
20대의 유재석은 더 이상 등장할 수 없다 — 광고주 주도의 미디어 모델 구축이 중요해지는 이유
국민MC도 국민광고도 더는 나오지 않는다. 미디어가 파편화된 지금, 광고주가 직접 미디어 모델을 갖춰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재석뿐만 아니라 강호동, 신동엽 등과 같은 국민MC라 불렸던 사람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연예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국민MC들의 공통점 중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최소 50대 이상으로 나이대가 높다는 점과 이들은 약 15~20년 전에도 국민MC로 불렸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현 시점에 20~30대의 국민MC, 즉, 전국민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20~30대 연예인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새로운 국민MC, 20대의 유재석은 등장하고 있지 않다.
‘침착맨’, ‘풍자’, ‘빠니보틀’, ‘곽튜브’, ‘김계란’, ‘슈카’. 사람들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이들은 최근 인지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뉴 페이스들이다. 기존 국민MC로 불렸던 인물들과 비교할 때 이런 새로운 대세 인물들은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지도의 편차가 극심하다’라는 점이다. 상기에 언급했던 인물들에 대해서 아는지 물어보면 누군가는 ‘당연히 알지’라고 반응하는 반면, 누군가는 ‘그게 누군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당연히 아는 유명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전 처음 들어본 인물인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유명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여러분 부자되세요’ 등,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를 꼽으라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떠올리던 국민광고가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를 질문하면 100명 중 90명 이상이 서로 다른 광고를 답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전국민이 본 적이 있는 국민드라마가 적어지고 있으며, 언젠가부터 온 국민이 다 아는 국민노래도 적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당연히 아는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콘텐츠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새로운 ‘국민OO’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스마트폰이 만든 ‘작은 방송국’들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에 따라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누구나 ‘작은 방송국’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개인 단위로 파편화되자 콘텐츠 생산자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되었고, 각양각색 마이크로한 취향의 콘텐츠들이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대중의 인지도’는 몇 가지 미디어/콘텐츠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제는 ‘국민OO’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미디어와 콘텐츠 종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기 때문에 ‘국민OO’의 등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 우리는 다시는 ‘20대의 유재석’의 탄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 변화는 마케팅에 있어서도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하는 만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미디어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4대 매체(TV, 신문, 라디오, 잡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시절의 마케터들에게 있어서 ‘어디에 메시지를 보내느냐’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과거에는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 몇 개와 몇몇 주요 신문사, 잡지, 라디오 채널에 광고를 하면 소위 ‘전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쯤은 충분한 광고비만 있다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전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와 콘텐츠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디에 광고를 하는가’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라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나 미디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취향이 파편화되면서 이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한 미디어에 대중이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미디어와 콘텐츠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미디어마다 분포되어 있는 대중들의 특성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같은 미디어라도 광고주마다 느끼는 광고효과 체감 차이가 극심하다. 즉, 미디어 선택지가 많아지고 그 선택지마다의 효과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에, 이제는 정량적인 비교분석을 기반으로 미디어를 얼마나 잘 선택하는가에 따라 마케팅 성과와 효율이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광고주가 미디어 모델을 가져야 하는 이유
따라서, 이제는 광고주 차원에서 미디어 모델(합리적인 미디어 믹스 의사결정 프로세스)을 갖춰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광고 집행/운영의 실무를 대행사가 일임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미디어 모델에 대해 광고주보다는 대행사 측에서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행사는 어디까지나 광고주의 업무를 대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오너십이나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확보 등의 관점에서 광고주가 직접 미디어 모델을 구축하는 경우보다 지속성이나 완결성 측면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모델에 대한 전문성을 이제는 광고주 스스로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성 있는 미디어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TV 시청률, 디지털 광고 View, Click과 같은 광고 집행 결과 데이터부터 시작하여 소비자 리서치, CRM 데이터, 소비자 행동(GA 등) 데이터 등과 같은 소비자 반응 데이터까지 어떻게 수집하고 연결하여 하나의 설명력 있는 분석모형을 구축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광고예산을 알면 광고 노출량과 도달량을 예상할 수 있으며, 광고 노출량과 도달량을 알면 그에 따른 소비자 인지도 변화나 소비자 반응(click)을 예상할 수 있다. 소비자 인지도 변화나 반응을 예상할 수 있으면, 이후 소비자의 구매행위가 어떻게 변화할지 또한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어느 정도 신뢰도를 갖는 예측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마케팅 예산 규모가 적당한지, 그리고 어떤 미디어와 광고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반 광고주가 100의 비용으로 200만큼의 광고효과를 얻는다면, 미디어 모델을 갖춘 광고주는 80의 비용으로 200만큼 광고효과를 얻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광고주들의 경우 이러한 시도를 이미 진행하여 마케팅 예산에 따른 소비자 인지도 변화나 매출 변화를 예측하는 미디어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모델의 정확성을 갖추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림 1. 필자가 실제로 구축한 A 광고주의 미디어 모델 사례. 광고예산 규모에 따른 소비자 인지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였으며, 실제 결과가 예상과 유사하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필자가 실제로 구축한 B 광고주의 미디어 모델 사례. 미디어 모델 도입 이후 광고예산 규모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매출의 유의미한 증가가 나타났다. B 광고주의 제품은 마케팅 전략 외에 제품 자체의 변화는 없었다.
마케팅 효과는 ‘체감’이 아니라 ‘증명’의 영역이다
이미 마케팅은 데이터 전쟁 영역으로 접어들었으며, 마케팅 효과는 이제 ‘체감’이 아닌 ‘증명’의 영역이다. 마케팅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광고주가 아닌 대행사 등의 제3자는 마케팅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데 제도적인 한계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광고주 스스로 마케팅 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터 드리븐, 데이터 마케팅, CDP 등의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러한 영역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광고주라면, 이제부터라도 마케팅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본격적인 활용 방안 마련을 고민해봐야 할 시기일 것으로 판단된다.